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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서비스는 필수적인 공공재입니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재정적으로 운영할 것인지는 나라별로 큰 차이를 보입니다. 특히 의료재정의 기초가 되는 보험료와 세금의 경계는 한국과 미국에서 매우 다른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어떤 국가는 의료비를 세금으로 충당하고, 어떤 국가는 보험료라는 명목으로 개인이 부담합니다. 이 글에서는 2024년 현재, 미국과 한국의 의료재정에서 ‘보험료’와 ‘세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비교해보고, 두 제도의 핵심적인 차이와 그로 인한 국민 체감 차이를 살펴보겠습니다.
한국: 보험료 기반이지만, 사실상 세금과 유사한 구조
한국은 국민건강보험 단일 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모든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보험료’는 매월 급여 또는 재산 수준에 따라 부과되며, 소득이 높을수록 더 많이 냅니다.
2024년 기준 건강보험료 구조:
- 직장가입자: 소득의 7.09% (회사 50% + 개인 50%)
- 지역가입자: 소득 + 재산 + 자동차 기준으로 산정
- 장기요양보험료: 건강보험료의 12.81% 추가
- 국고 지원: 전체 건강보험 재정의 약 14~16%
표면적으로는 '보험료'지만, 의무가입, 강제징수, 소득 재분배 기능, 일괄 보장 서비스 제공 등은 전형적인 세금 구조와 유사합니다. 실제로 많은 국민들은 “건강보험료는 세금이나 마찬가지”라고 느낍니다.
또한, 고소득자는 연말정산을 통해 건강보험료를 추가 납부해야 하며, 이는 세금의 누진성과 매우 흡사합니다. 즉, 한국에서는 보험료가 세금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 보험료와 세금이 명확히 분리된 의료재정 구조
미국은 의료재정 구조에서 보험료와 세금을 비교적 명확히 구분합니다.
의료서비스 대부분은 민간보험을 통해 이용하며, 이 보험은 철저히 개인이 선택하고 부담합니다.
공공의료 부문은 일부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 메디케어(Medicare): 65세 이상 고령자 대상, 메디케어세(1.45%)로 재정 조달
- 메디케이드(Medicaid): 저소득층 대상, 주정부와 연방정부 예산으로 운영
- ACA(오바마케어): 중산층 이하에게 보험료 보조금 제공
미국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메디케어세는 세금, 민간보험료는 보험료로 분리됨
- 보험료는 개인 또는 고용주가 부담, 선택적 가입 가능
- 보장 범위, 병원 접근성, 자기부담금 등에서 불균형 존재
- 세금과 보험료가 이중으로 존재하지만 통합된 체계는 없음
이 구조에서는 세금은 극히 일부 의료 서비스만을 위해 쓰이고, 대다수 국민은 민간보험료를 부담해야 합니다. 따라서 고소득층은 비싼 보험료를 내고도 세금을 추가로 내는 구조, 저소득층은 보조금이 없다면 무보험 상태에 놓이기도 합니다.
구조 비교: 보험료인가, 세금인가?
한국과 미국의 의료재정 운영 구조는 다음과 같은 차이를 보입니다.
의료비 재원 구성 | 건강보험료(의무) + 국고 지원 | 민간보험료(선택) + 메디케어세(세금) |
보험료/세금 구분 | 실질적 경계 없음 (보험료 = 세금 기능 포함) | 명확한 구분 존재 (세금은 공공보험 전용) |
고소득자 부담 | 보험료 + 세금 성격의 추가 정산 | 보험료 + 메디케어세 (2.35%) |
저소득자 부담 | 소득 대비 낮은 보험료, 일부 감면 제도 존재 | 메디케이드 대상 외엔 의료비 부담 큼 |
국민 체감도 | "보험료지만 세금 같은 느낌", 보장성 높음 | "보험료는 비싸고, 세금은 별도로 나감", 보장성 낮음 |
의료 접근성 | 전국민 동일 보장, 병원 간 가격 차 거의 없음 | 병원·보험사 따라 비용 차이 큼, 무보험자 존재 |
결국 한국은 건강보험료가 세금의 기능까지 포함하면서도 국민 전체가 동일한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일관된 구조이고, 미국은 세금과 보험료의 역할이 분리된 대신 의료 접근성과 형평성이 크게 떨어지는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론
한국은 보험료와 세금의 경계가 흐려진 대신, 국민 전체가 위험을 함께 분담하며 의료서비스를 공동 소비하는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반면 미국은 보험료와 세금을 구분해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구조지만, 그 결과는 의료비 불균형과 형평성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단순히 “보험료냐, 세금이냐”를 따지기보다, 어떤 방식이 국민의 건강권을 가장 잘 지켜주는가를 중심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의료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공의 권리이자 국가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입니다.